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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파이트!"

 

뭐냐,라고 묻기도 전에 파라드가 무언가 입으로 쑥, 밀어넣었다. 뭐, 뭐야. 일단 파라드가 준 것이니 오독오독 씹어먹었다. ...달다? 의문의 눈빛으로 파라드를 바라보자, 파라드는 맛있지?라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맛은 있지. 느껴지니까.

 

"어디서 구해온거냐?"

"겐무가 줬어. 오늘이 할로윈이래!"

"할로윈?"

"무서운 유령 분장을 하곤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거야! 하는 날이래!"

 

인간들도 참 할 일이 없나보군. 혀를 차곤 남은 쿠키들을 전부 먹었다. 그래도 잘 먹네-, 그라파이트. 그리 중얼거리며 뿌듯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파라드와 눈을 잠시 맞춘 후 다시 피했다.

 

"이것도 받아왔다구?"

 

이것, 이라고 칭하는 파라드가 흔드는 것을 보았다. Witch with Halloween, 이라고 적힌 주황색 가샤트를 흔들었다. 레벨을 보아하니 4,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할로윈 기념 가샤트인가. 가샤트를 둘러보고, 또 둘러보았다. 이런 것을 만들 여유도 있었나. 의심하는 눈치지만, 반대로 흥미가 가득한 눈이었다. 그런 나의 눈을 바라보는 파라드는 더욱 흥미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

 

“좋아 할 줄 알았어. 새 동료라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동료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잖아?”

 

정곡을 찌른 듯한 파라드의 말에 침묵으로 답했다. 파라드는 내 말 맞지? 라고 덧붙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공략 해보자구. 우리들만의 할로윈을!”

 

파라드의 말을 따라 가샤트 에리어 안으로 진입했다. 안에는 시든 나무가 잔뜩있고, 묘지와 함께 잭 오 랜턴이라는 것이 곳곳에 있었다. 공포게임인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려는 찰나, 파라드와 자신의 옷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 복장은...

 

“우리 뱀파이어인가봐!”

 

고개를 끄덕이며 파라드의 말에 동의했다. 날카로운 송곳니, 붉은 눈, 깔끔하게 올백의 헤어 스타일, 검은 망토. 어쩐지 솔티가 떠오르기도 하는 복장은 자신과 파라드만 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생각했는지 파라드는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왕 온 것 즐기자며 팔을 잡고 이끌었다. 팔부분의 뼈가 묻혀있다거나, 주변은 괴기스럽다고 생각 할 정도로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 인간들은 이런 날을 즐기는건가. 이해 할 수 없는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중, 손잡이가 달린 잭 오 랜턴을 발견했다.

 

"라이트로 쓰면 되겠군."

"나도 찾았어!"

 

비슷한 잭 오 랜턴을 든 그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마저 걸었다. 저 멀리 괴상하게 생긴 오두막이 보였다. 마녀의 집이라는건가. 저기로 가자, 라는 말이 없었으면 주변을 좀 더 둘러 볼 생각이었다. 게임의 감각이라면 나 보다는 역시 파라드의 감이 더 좋을테니, 그를 믿기로 했다.

 

마녀의 집으로 향하고, 그 집 앞에 섰을 때 묘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안에 있다는 듯 달그락 거리지만 창문에는 어떠한 그림자도 비춰지지 않았다. 파라드는 마음이 들뜬다며 벌컥, 문을 열었다. 마녀의 집이라서일까. 작아보이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누군가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상당히 넓었다. 밖에서 봤을 땐 오두막이라는 느낌이지만, 그 안은 저택이라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저벅 저벅-

 

파라드와 나는 동시에 소리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서는 솔티의 외형인 마녀가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파란색이 베이스였던 솔티는 주황색과 검정색의 조합으로 우리를 맞이하며 목소리를 내었다.

 

"마녀의 집에 온 것을 환영하지."

"솔티?"

"오, 나의 이름이 뱀파이어들의 귀까지 퍼진건가?"

 

마녀라고 자칭한 솔티는 썩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들에게 손짓했다. 만찬을 준비해두었네. 라며 먼저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변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어 어디로 가야 할 지 고민하고 있던 도중, 빗자루가 갑자기 한 지점을 쓸더니 계단이 나타났다. 역시 마녀의 집이라는건가. 파라드는 신이 난 듯 나의 팔을 잡고 다시 이끌어주었다. 솔티가 들어간 문으로 들어가자, 또 다시 넓은 홀이 나왔다. 미로인가, 싶었지만 하나의 문에서만 밝게 빛을 내었다. 마치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한 빛에 함정일까, 싶었지만 이미 향하는 발걸음을 멈출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파라드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식탁이 나타났다. 만찬이 준비 되어있다더니. 단어 그대로 만찬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호화로운 식사들이 즐비해있었다. 분명 예정된 방문은 아니었으나, 의자는 나, 파라드, 솔티. 딱 셋의 의자만이 놓여있었다. 솔티는 의자에 앉으라는 듯, 둥글게 의자 쪽으로 손짓했다.

 

음식은 썩 맛있었다. 파라드도 즐거운 듯 해보였고, 만찬이 줄어드는 속도도 꽤 빨랐다. 나름의 이벤트 답게, 주변에서 노랫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다만, 그 브금은 조금 으스스했다. 할로윈이라는 테마에 걸맞다면 걸맞는, 그런 음산하면서도 통통 튀는 노래. 천장 부분에서는 잭 오 랜턴, 그리고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검은 고양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귀족들이 왈츠를 추는 것처럼 움직임은 깔끔했지만 버그스터임에도 느껴지는 한기 또한 무시하긴 힘들었다. 파라드도 한기를 느끼는 건지, 따듯한 스프를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 어깨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시선을 돌려, 먹던 스프를 얼른 해치웠다. 나가는게 좋으려나.

 

만찬이 거의 끝나 갈 때 즈음, 솔티가 먼저 일어났다. 함께 무도회에 가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권유하는 솔티의 말에 잠시 고민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게도 거부는 할 수 없네!"

 

순식간에 음악이 바뀌더니 춤을 추던 고양이들이 병사로 변하고, 잭 오 랜턴들 역시 마법사가 된 듯, 모습이 커졌다. 그냥 이벤트 일리가 없지. 파라드와 등을 맞댄 채, 무기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원래 나의 무기가 아닌, 긴 레이피어가 손에 잡혔다. 파라드는 마법인 듯, 지팡이가 손에 들려있었다.

 

"싸울 수 있어? 그걸로?"

"괜찮다. 창이랑은 다르겠지만."

"이거, 오늘 안에 클리어 가능하겠지?"

"아마."

"즐거운 할로윈 파티는 이제부터 시작일세. 즐겨주게나!"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씨익 웃고는 그대로 자세를 잡았다.

 

은색의 멋들어진 선과 붉고 푸른 화염의 나도는, 색다른 할로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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