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작품 후반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괜찮으신 분들만 읽어주세요.
어느 날, 꿈을 꿨다.
마치 누군가가 영상으로 틀어준 것처럼 시작된 꿈, 나는 그저 한 명의 관객으로서 꿈속의 나를 보고 있었다. 꿈은 영상을 잘라서 붙여놓은 것처럼, 다른 날에 있었던 일을 이어서 보여줬다.
[뭐야 이게....]
[죽고 싶지 않아...!..]
당시에는 그저 그렇다고 여긴 일이었다. 게임을 하고, 게임오버 당한다. 그것은 우리(버그스터)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라이드 플레이어를 게임오버 시킨 꿈, 나는 웃고 있었다. 그 다음은 인과응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당연하단 것처럼 그 꿈이 나왔다.
[싫어....싫다고!.....싫어....에무.....]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을, 내가 당한 날의 꿈, 나는 울고 있었다. 자기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한다고, 어디선가 그런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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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하고, 시끄러운 폭죽 소리가 들렸다. 꿈에서 깨어난 곳은 현실이었고, 나는 테이블에 엎어져서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테이블 맞은편엔, 뽀삐가 소리의 원인일 듯한 폭죽을 들고 있었다.
"파라드, 일어났어~?"
".....뭐하는 거야?"
잠이 깨워지는 바람에 짜증스럽단 듯한 말이 나갔지만, 뽀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자기 할 말을 했다.
"파티 할 거야~할로윈 파티! 폭죽을 놓으려고 했는데, 펑! 터져버렸어~"
"할로윈?....."
"응!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테닷! 하며 과자를 받고~코스튬체인지~도 하는 날이야~"
코스튬체인지~를 말하고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돈 뽀삐를 보며, 기억 속을 더듬었다. 할로윈, 정보로는 아는 날이었다. 아직 에무 안에 있었을 때, 책이나 인터넷 같은 걸로 알게 된 지식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에무는 그때 혼자여서 실제로 파티를 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거 쓰려고?....."
마녀가 쓸 것처럼 생긴 모자를 가리키자, 뽀삐는 고개를 저은 후에 그대로 내 머리 위로 씌워서 눌렀다.
"이건 파라드한테 줄게! 그거 쓰고 Trick of Treat! 라고 하는 거야~아! 호박도 있어야지~"
"뽀삐?!"
뽀삐가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자,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씌워진 모자 끝만 만지작거렸다. 동화 속의 마녀도 악당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나한테 어울릴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라드?"
시야가 가려져서인지, 모자에만 정신이 팔려서인지, 누가 가까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확인하려고 살짝 모자를 들자 보인 건, 내가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에무."
에무는 물건을 옮기던 중이었는지, 품안에 가득 찰 정도로 큰 상자를 들고 있었다.
"....도와줄까?"
"괜찮아, 가벼운 것들이니까."
"가벼워?"
"그러니까.....간식? 이랄까. 파티에서 쓸 거야."
과자라면 상자가 크더라도 그렇게 무겁진 않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파티에서 잠깐 무슨 소린가 했지만, 바로 방금 전에 뽀삐가 얘기한 할로윈 파티가 떠올랐다. 과자를 달라고 하는 날 파티에, 간식이 필요한 건 당연한 거겠지.
".....파티, 즐겁나보네."
"어?...."
"그야....."
전해져오는 걸, 파티를 기다리며 들떠있는 감정이. 내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에무의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 내게 전해졌듯이, 에무에게도 전해졌겠지.
"파티는 처음이니까.....너무 들떴으려나......"
".....이거, 파티라며?"
내가 쓴 모자와 에무가 든 간식 상자를 가리키자, 에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뜨려고 하는 파티잖아, 그럼 마음이 들뜨는 게 좋은 거겠지."
".....그렇네.....그래도 난 어른이니까, 파티에는 니코쨩도 오고."
나에게 있어서, 에무는 그저 에무인데도, 나이를 먹었단 이유로 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이 달라졌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서 모르는 거라면, 아마도, 평생 나는 알 수 없는 거겠지.
"....내가, 이걸 쓰고 있어도 되는 걸까?"
모자의 챙을 두 손으로 잡아서 살짝 아래로 당겼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보기 좋은 표정을 하고 있진 않았다.
".....파라드?"
내가 이상해 보인 건지, 안 봐도 알 수 있는 건지, 에무가 의아하단 듯이 내 이름을 불렀다. 사실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숨길 수 없으니까, 어차피 들킬 감정이니까.
마음이 들뜨는 파티, 인간들의 파티였다. 뽀삐는 괜찮아, 하지만, 내가 있어도 되는 걸까. 아까 꿨던 꿈 탓인지,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라드"
"....왜?"
대답할 기분이 아니라도, 에무가 부르는데 대답을 안 하긴 싫었다. 에무가 불러주는 내 이름이 좋았다.
".....오늘은 할로윈이야."
"알아."
"그럼 할로윈에 뭐라고 하는지도 알아?"
설마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파티를 하면서 모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물어보는데, 그게 내가 아는 거라면, 대답을 안 할 이유는 없었다.
"Trick....of, Treat....?"
내 대답을 듣자마자, 테이블에 상자를 내려놓은 에무가 손을 내밀었다.
"파라드, 손."
"응?"
에무가 손을 내밀며 말하자,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내밀어서 그 위에 얹었다. 잠깐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된 것 같단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의도인지가 더 궁금해서 가만히 있었다. 에무는 다른 손으로 상자 안을 뒤적거렸다.
"여기."
내가 내민 손을 돌려서 손바닥에 얹어 놓은 건, 막대가 달린, 제법 큰 사탕이었다. 아마 가져온 상자에서 꺼냈을 사탕은, 분명히 파티에서 쓴다고 했던 것이었다.
"왜 나한테....."
"파티니까, 이렇게 쓰려고 가져온 거야."
"그건.....그렇지만......"
"여기에, 있어도 괜찮아"
언제 기분이 안 좋았냐는 듯이, 마음이 들떴다. 인간이, 의사가, 에무가, 나에게 여기 있어도 괜찮다고 해줬다. 그것만으로도, 구원받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티니까, 우울해있으면 안 되잖아?"
"....그렇네.....그래도 나는, 버그스터니까, 뽀삐는 괜찮지만....."
"네~불렀어~?"
부른 줄 알았던 건지, 입자화해서 나타난 뽀삐의 품엔 호박이 안겨져 있었다. 눈과 입이 뚫려있는, 주황색 호박. 분명 잭 오 랜턴인가, 그런 이름이었지.
"그렇게 큰 건 어디서 구했어?"
"파티 준비는 뽀삐에게 맡겨주시라~"
"아, 나는......"
얼결에 사탕은 받았지만, 파티에 낄 자신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확히는 일어나려고 했다가, 뽀삐한테 잡혀서 호박을 들게 되었다.
"이거 들어줘~"
"내가 왜....."
"파라드도 파티 같이 해야지? 그럼 도와줘야지~뽀삐는 바쁘거든!"
호박을 안겨주자마자 또 자기 할 말만 열심히 한 뽀삐는, 다시 입자화해서 사라졌다. 태풍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마녀 모자를 쓰고, 사탕을 든 채로 호박까지 안고 있는 내가 있었다.
".....뭔가, 어린이를 보는 거 같네~"
"어린이 아니야!"
"알아, 내가 너고, 네가 나니까.....그래도 8살은 빼야겠지만."
"흥....."
놀린다는 게 느껴져서, 일부러 불만스럽단 표정을 지으며 호박을 테이블에 내려뒀다. 나도 돕는 파티, 나도 같이 하는 파티, 그렇게 생각하며 호박을 보자, 조금은, 아주 조금은,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다.
"파티 준비도 재밌지?"
숨긴다고 숨겨지는 마음이 아니란 건 여전해서, 에무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그건 정답이었다.
".....응"
"모두가 모여서 하는 파티는, 더 재밌을 거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란 걸, 당연하게도 알 수 있었다. 에무가 말한 모두에는, 내가 들어가 있었다.
"마음이 들뜨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