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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참, 당일에 이벤트 준비하는 가게가 어디 있어~ 아줌마도 참. "
" 그러니까 1시간 안에 돌아오라고 한 거겠지. "
" 으음. 뭐 살 건 다 샀으니까 이제 가서 장식만 하면 되잖아. 빨리 가면 되겠네. 것보다 왜 나만 두 봉지야! "


신지는 양 손에 든 화려한 디자인의 묵직한 봉지를 들어올리며 호소했다. 렌의 손에 들린 건 가벼운 간식거리가 든 종이 봉지 한 개 뿐이었다. 애초에 든다고 했던 건 너였잖아. 왜 이제 와서 딴 소리야. 적어도 하나 쯤은 나눠서 들어달라고! 내가 왜. 렌은 단호했다. 치. 입을 비죽 내밀고 신지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 그러고 보니, 할로윈은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이랬지? "
" 그걸 믿냐? "
" 아니... 딱히 믿는 건 아니지만. "
" 우리 주변엔 돌아오면 안 될 녀석들 투성이야. "
" ...잠깐! 진짜 너무하네. 다 그랬던 건 아니거든!? "
" 그래서 뭐, 돌아오면 사탕이라도 줄 생각인가 보지? "
" ...달라고 하면 하나쯤은. "


이 자식 진심인가? 렌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 침착해지고 간식 봉지의 모서리로 신지의 머리를 가볍게 툭 쳤다. 길거리는 할로윈 복장을 하고 가게 앞에 서서 구경하고 오라며 홍보하는 점원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종종 마녀나 귀신의 옷을 입고 호박 바구니를 사람들에게 내미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신지는 "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 " 라고 말하는 꼬마의 바구니에 사탕 한 개를 넣어주며 무섭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그렇게 막 할로윈이다~! 하고 시끌벅적하지는 않네. 저 애들은 유치원에서 나온 건가? "
" 일본의 명절도 아니고. 그냥 사탕 먹는 날 정도니까. "
" 왜? 맛있잖아~ 사탕. 나도 어렸으면 저러고 돌아다닐 텐데. "
" 잔뜩 먹고 이나 썩어라. "
" 뭐야, 진짜! 하여튼 못됐다니까. "


신지는 입을 비죽거리며 봉지를 고쳐 쥐었다. 어느 새 손이 땀에 푹 젖어 있었다. 지금 쯤 아토리에서는 유이와 사나코 아줌마가 할로윈 특제 쿠키를 완성해서 낡아 빠진 마녀 모자를 (유이가 학교에 다닐 때 만들었다고 했다) 쓰고 열심히 팔고 있겠지. 이 장식들을 가지고 돌아가면 자신들은 좀 더 깔끔한 분장을 하고... 차를 나르거나, 주문을 받거나 할 것이다. 흡혈귀 가짜 이빨을 이에 끼고 샌 소리로 주문을 받을 렌을 상상한 신지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소리를 냈다.


" 뭘 웃고 있어. "
" 푸흡, 아무것도. 아~ 오늘은 몬스터도 안 나오네. 좋잖아! 그 녀석들도 장난을 치러 간 거려나. "
" 미러 몬스터의 장난이라니 끔찍한 소리 하지 마. "
" ...아, 그럼 패스. 패스!! 계속 안 나왔음 좋겠어. 이왕이면 앞으로도 쭉~ ...아, 그러면 몬스터들에게 먹이를 못 주려나~ "
" 혼자서 뭘 중얼거리고 있어. 거의 다 왔으니까 빨리 가자고. "


아토리의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렌은 자신의 뒤에서 들리던 발소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키도? "


그새 몬스터라도 나와서 미러 월드로 들어간 건 아닐테고, 녀석이 공격받았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오는 길에 골목을 잘못 들어가서 길을 잃었... 아니,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렌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혀를 차며 돌아온 길을 다시 걸어가니 세 번째 골목에 웅크리고 있는 갈색 머리카락의 뒷모습이 보였다. ...뭘 하고 있는 거지?


" 어이. 키도. 뭐하는... "
" 흐흐흐흐흐흐... "
" ? "


억지로 꾸며냈지만 즐거운 것처럼 들리는 어색한 웃음 소리에 렌은 의문 외의 별 다른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곧이어 눈을 가리는 까만 박쥐 마스크 가면을 쓴 키도 신지의 얼굴이 렌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 짜잔! 괴도 박쥐 마스크다! 간식을 안 주면 괴롭힐 거야~ "
" ... "
" ... "
" ...... "
" ...트, 트릭 오어 트릭! "
" 트릿이다. "
" ...트릿. "


왜 기가 죽어버리는 거지. 렌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걸 지금 지적할 때냐고~ 무서운 흉내라도 내 주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마스크를 다시 포장해 집어넣으며 웅얼웅얼 투덜거리는 신지의 볼을 렌은 검지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뭐야, 렌이 장난치는 거냐고! 불평을 말하기 위해 고개를 들자 입 안으로 무언가가 쏙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씹자 단 맛이 가득 찼고, 순간적인 행복에 사로잡혀 신지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줬으니까 장난은 작작 쳐라. "
" ...헤헹, 하나 더! 하나로는 모자라다고~ "
" 이제 너 줄 간식은 없어. "
" 으엑. "


렌은 신지의 귀를 잡아당기며 다시 아토리로 향했다. 입구 앞에 놓여 있는 호박 장식품이 묘하게 현실감이 넘친다. ...아니, 진짜 호박이잖아. 그것도 속을 파낸 잭 오 랜턴이 아닌 겉에 얼굴만 그려 놓은 호박이다. 렌은 잠시 삐뚤빼뚤한 얼굴을 가진 호박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어이, 키도. "
" 왜? "
" ...너 호박 요리 할 줄 아냐? "
" 엉? 그야 못 할 없지. 그건 갑자기 왜? "
" 아무래도 당분간 저녁은 호박일 것 같아서 말이지. "
" 뭐야 그거... 들어가자구. "


두 사람 다 늦어! 사나코의 목소리가 문 안 쪽에서 쨍쨍하게 들려 왔다. 손님은 바글바글하고, 유이는 지친 표정. 아무래도 들어가면 숨 쉬는 것까지 힘들어 질 것 같은데. 신지는 렌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렌은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들어간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였다. 해피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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